최근 몇 년간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스포츠도박 규제가 완화되면서, 스포츠 산업 전반이 도박사이트의 영향을 강력하게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2년을 기점으로 스포츠도박 허용 여부를 각 주(state)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되었고, 그 후로 메이저 스포츠 리그는 도박산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었다. 이를 두고 ‘sports gambling epidemic(스포츠도박 유행병)’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결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스포츠 산업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도박사이트의 침투와 그로 인한 문제를 경험해왔다.
이스포츠는 전통 스포츠보다 훨씬 일찍 도박사이트에 노출되었다. 이스포츠 게임의 특성상 대부분이 무료(freemium) 모델을 채택하여, 수익을 위해 ‘루트박스(loot box)’나 ‘가챠’와 같은 사행성 요소가 게임 내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대표적으로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S:GO)’와 같은 게임에서는 스킨 거래 사이트가 대규모로 운영되며, 이미 2010년대 중반부터 사행성 사이트와의 연계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2018년 무렵부터는 본격적으로 스포츠도박 사이트들이 이스포츠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기 중계, 선수 개인 방송, 각종 팟캐스트 등 이스포츠 관련 콘텐츠 어디에서나 도박사이트 광고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스포츠도박 광고가 위험한 이유
광고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과거에는 유명 연예인이 담배 광고를 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반면, 스포츠도박 광고는 버젓이 유명 인플루언서와 선수, 팀을 이용해 청소년과 젊은 층에 접근하고 있다. 광고에서는 베팅에 성공해서 큰 돈을 버는 사람을 그리지만, 실제로 스포츠도박 앱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은 없다. 본인에게 유리하게 베팅하는 이용자에게는 베팅 한도를 제한한다. 카지노와 마찬가지로, 시스템은 이용자가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래 영상을 보면 스포츠도박 사이트의 알고리즘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도박사이트들은 앱을 통해 사용자의 접속 패턴을 분석하고, 푸시 알림과 오즈(odds) 조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자를 붙잡아둔다. 특히 ‘VIP 프로그램’이라는 명목으로 큰 금액을 잃은 고객을 따로 관리하며, 무료 경기 관람권 등 사소한 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일정 기간 접속이 없으면 직접 전화를 걸어 재접속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은 도박중독 위험군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중독자들이 끊임없이 도박사이트에 머물게 만든다.
깨끗하지 않은 자본
왜 이런 도박 사이트를 유명 구단들이 홍보하는가? 순전히 ‘돈’ 때문이다. 도박사이트는 인기 있는 스포츠와 이스포츠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도박에 취약한 10~30대 남성 이용자를 대량으로 끌어모은다. 스포츠클럽과 방송사는 도박사이트의 후원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고, 리그 입장에서는 도박에 돈을 건 시청자 덕분에 비인기 경기까지 뷰어십이 늘어난다. 정부 역시 도박산업에서 발생하는 세수로 이익을 얻는다. 이렇게 보면 모두가 돈을 버는 ‘윈윈’처럼 보이지만, 모든 돈의 출처는 결국 도박중독자들의 계좌다.
기성 스포츠에서는 점차 도박광고를 제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스포츠에서는 여전히 도박사이트와의 결탁이 만연하다. 세계 최대 규모 이스포츠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종목사 라이엇게임즈(Riot Games)는 한동안 도박사이트 스폰서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조건부로 베팅 사이트 스폰서를 허용하는 등, 규제가 점차 완화되는 추세다. 구단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도박 사이트의 후원이 절실할 수 있지만, 그 대가로 팬들에게 도박을 홍보하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이스포츠계에서 도박사이트의 영향력은 결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전통 스포츠보다 더 일찍, 더 깊게 뿌리내린 고질적 문제다. 도박사이트의 자본은 이스포츠 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일조했지만, 동시에 수많은 젊은 이용자들을 중독의 위험에 노출시켰다. 업계와 정부, 그리고 팬들 모두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단기적 이익이 아닌 장기적 건강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만약 이스포츠가 도박사이트의 자본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팬들과 이용자, 그리고 산업 전체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 도박사이트와의 결별이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
참고 자료
- 스크린샷 출처: 2019 ESL One Cologne 8강 NAVI vs. NiP ( https://www.youtube.com/live/tJRd7jG-Uuw?si=QLTtCgr_fV4x7QcQ )
- Taylor S. Hardenstein, "Skins" in the Game: Counter-Strike, Esports, and the Shady World of Online Gambling, 7 UNLV Gaming L.J. 117 (2017).
- Hernandez, J. (2022, June 18). Sports betting ads are everywhere. Some worry gamblers will pay a steep price. NPR. https://www.npr.org/2022/06/18/1104952410/sports-betting-ads-sports-gambling
- Extranet Shaquille. (2025, February 5). What everyone gets wrong about gambling on sports [Video].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XZvXWVztJoY
- Java Discover, Free Global Documentaries & Clips. (2024, October 3). Lives Ruined: Europe’s Gambling Crisis Exposed | Documentary [Video].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H86jLj0IJFA
- 라이엇게임즈 “미국·EMEA e스포츠팀 조건부로 베팅 사이트 스폰서 허용.” (2024, December 17). 비즈니스포스트.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77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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