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독에 취약한 사람이다. 관심사가 하나 생기면 기본적으로 1년 이상 관심을 유지한다. 특히 스포츠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지금까지 수많은 관심사를 가져왔지만, 한 번도 놓지 않은 것은 스포츠뿐이다. 좋아하는 아이스하키 팀을 8년 넘게 응원했고, e스포츠 역시 꾸준히 챙겨봤다. 늘 한 개 이상의 종목을 시청하는 알아주는 스포츠광이다.
이렇게 스포츠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업셋’ 때문이다. 나는 강팀보다는 가능성 있는 중위권 팀을 응원하는 걸 좋아한다. 언더독이 강팀을 이기는 순간을 간절히 기다린다. 내가 응원하는 하키팀도 그런 순간을 경험했다. 수년간 플레이오프에서 번번이 탈락하던 팀이 어느 해 갑자기 결승까지 올라갔다. 기대하지 않았던 승리였기에 기쁨은 몇 배로 컸다. 이런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 스포츠를 끊지 못한다.
2020년 이후로는 정보 탐색이라는 또 다른 중독의 늪에 빠졌다. 팬데믹 기간 동안 다양한 무료 프로그램을 접한 후로, 새로운 유용한 정보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수십 개의 웹사이트를 북마크해두고 매일 확인했다. 공부나 작업을 해야 할 시간에도 몇 시간씩 정보를 검색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좋은 정보나 혜택을 발견하면 기분이 좋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정보를 찾고 싶어진다. 나는 왜 스포츠와 정보 탐색에 중독되었을까?
중독의 원리: 도파민과 강화 학습
중독을 이해하려면 먼저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의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 인간은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다. 새로운 행동을 했을 때 예상보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그 행동이 강화된다. 반대로 기대보다 나쁜 결과가 나오면 도파민이 감소하며 해당 행동은 줄어든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뇌는 ‘보상’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학습을 한다.
도파민은 예상된 보상(expected reward)과 실제 보상(actual reward) 간의 차이를 반영하는 신호다. 도파민 발화는 예상하지 못한 보상을 받을 때 또는 예상된 보상을 기대할 때 증가한다. 어느 날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가 베이킹에 취미를 들였다며 쿠키를 건네준다고 상상해보자. 예상하지 못한 보상에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그날 이후로 친구가 볼 때마다 쿠키를 준다고 해보자. 몇 번 반복되면 이제는 친구 얼굴만 봐도 쿠키를 받을 기대를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스포츠와 정보 탐색에 중독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팀과 경기하는 내 응원팀이 승리할 가능성은 낮다. 기대하는 보상이 없기 때문에, 만약 승리한다면 실제 보상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 이때 도파민이 강하게 분비되면서, 이런 경험을 반복하고 싶어진다. 정보 탐색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사이트를 확인하는 동안 특별한 보상을 기대하지 않지만, 우연히 좋은 정보를 발견하면 예상보다 큰 보상을 얻은 느낌이 들고, 도파민이 증가하면서 검색 행동이 강화된다. 이와 같은 원리로 도박, SNS, 게임 같은 불규칙한 보상이 제공되는 환경에서 인간은 쉽게 중독에 빠진다.

나는 왜 예상하지 못한 보상에 취약한가?
가설 1: 자극추구 기질(Novelty-Seeking, NS)
나는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것일까? 자극추구 기질은 새로운 경험과 자극을 선호하는 성향을 의미하며, 도파민 D4 수용체(DRD4)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DRD4-2R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새로운 상황에서 더 강한 도파민 반응을 보이며, 예상하지 못한 보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나는 큰 위험을 감수하는 편은 아니다. 만약 진정한 자극추구 성향이 있었다면 도박이나 모험적인 활동에도 관심을 가졌을 텐데, 그렇지 않다. 따라서 이 가설은 내 중독을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가설 2: 불확실성 회피 기질(Intolerance of Uncertainty, IU)
불확실성 회피 기질(IU)이 높은 사람들은 불확실한 상황을 위협적으로 인식해 이에 대한 과도한 걱정과 회피 행동을 보인다. 이러한 불안 반응은 보상 시스템과 연결된 신경회로를 변화시킬 수 있다. 불안과 중독은 편도체(Amygdala)와 측좌핵(Nucleus Accumbens, NAc)의 상호작용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편도체가 불안을 조절하는 동안, 측좌핵은 보상의 예측과 강화 학습을 담당한다. 이 두 영역이 신경회로 변화로 인해 강하게 연결될 경우, 불안을 보상 추구 행동으로 해소하려는 패턴을 형성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IU가 높은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회피하고 즉각적인 보상을 찾으려는 경향 때문에 중독 행동에 취약할 가능성이 크다. 스포츠나 정보 탐색을 통해 불안을 해소하려 했던 나의 패턴과 일치한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현재에 집중하기
도파민은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지만, 행복을 주지는 않는다. 그렇게 원하던 것도 막상 손에 넣고 나면 상상했던 만큼 행복하지 않은 이유다. 중독자들은 언젠가 승부를 맞혀서 큰돈을 따면, 응원하는 팀이 강팀을 이기면, 건강을 포기해가며 일해서 결국 승진을 하면, 미래에 내가 행복해질 것이라고 도파민에게 속고 있다. 알다시피 그렇지 않다. 행복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있다.
나는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할 때 행복한가? 한적한 공원이나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낼 때, 관심 분야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그리고 이렇게 흥미로운 주제의 글을 쓸 때 행복하다.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그렇게 하루를 나에게 의미 있는 일로 채우니까 스포츠와 정보 탐색에 대한 집착이 줄어들었다.
본인도 모르게 중독에 시달리고 있다면, 미래의 보상을 좇지 말고 현재를 행복으로 채워보자.
참고 자료
[도서]
- A Brief History of Intelligence: Evolution, AI, and the Five Breakthroughs That Made Our Brains (Max S. Bennett)
- The Molecule of More: How a Single Chemical in Your Brain Drives Love, Sex, and Creativity―and Will Determine the Fate of the Human Race (Daniel Z. Lieberman, Michael E. Long)
[인터넷]
- Dopamine, Motivation, and Reward (prediction error signaling) - Level 2 (Intermediate)
- Dopamine, Drug Abuse, and Addiction (Difficulty Level 3 - Advanced - 39 min)
- 해피니스 트랙(The Happiness Track)_1장
[학술]
1. 자극추구 기질 관련
- Asghari, V., Sanyal, S., Buchwaldt, S., Paterson, A., Jovanovic, V., & Van Tol, H. H. (1995). Modulation of intracellular cyclic AMP levels by different human dopamine D4 receptor variants. Journal of neurochemistry, 65(3), 1157–1165.
- Reist, C., Ozdemir, V., Wang, E., Hashemzadeh, M., Mee, S., & Moyzis, R. (2007). Novelty seeking and the dopamine D4 receptor gene (DRD4) revisited in Asians: haplotype characterization and relevance of the 2-repeat allele. American journal of medical genetics. Part B, Neuropsychiatric genetics : the official publication of the International Society of Psychiatric Genetics, 144B(4), 453–457.
- 남영우,이상익,신철진,손정우,김시경,Nam Yeong-Woo,Lee Sang-Ick,Shin Chul-Jin,Son Jung-Woo,and Kim Sie-Kyeong. "초기 성인기 한국인에서 도파민 D4 수용체의 유전적 다형성, 기질특성, 음주행동 사이의 연관성." 생물정신의학 18.2 (2011): 101-108.
2. 불확실성 회피 기질 관련
- Schienle, A., Köchel, A., Ebner, F., Reishofer, G., & Schäfer, A. (2010). Neural correlates of intolerance of uncertainty. Neuroscience letters, 479(3), 272–276.
- Lüthi, A., & Lüscher, C. (2014). Pathological circuit function underlying addiction and anxiety disorders. Nature Neuroscience, 17(12), 1635-1643. doi:https://doi.org/10.1038/nn.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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